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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컨테이너만 한 고인돌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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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로 1박2일 여행

요즘 어디로 떠나보자는 말이 들리면 쏘카 앱을 눌러서 계획 날짜에 차를 이용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가 되었다. 여행을 떠나는데 도보나 자전거, 버스, 지하철, 기차 등 많은 선택권이 있지만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의 편안함을 경험하고 나서는 시몬스 침대마냥 흔들림 없이 쏘카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운전에 자신감이 붙고 쏘카 레벨도 1에서 2로 올랐으며 사실 운전이 재미있기도 하다.

여자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우며 아침에 출발하는 기념으로 모닝을 빌렸다. 장소는 강화도로 그나마 덜 막힐 곳으로 정했고, 펜션은 예약 완료, 펜션에서 먹을 고기 및 과자, 음료 등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서 받아둔 상태로 출발을 늦출 이유가 없었다. 아침 10시 30분에 여자친구와 함께 강화도로 출발했다. 갯벌 속 조개가 모래를 머금듯이 가져온 과자를 와그작 씹으면서 떠나는 여행은 당의 충전과 함께 말 그대로 시작이 아주 좋았다. 더운 날씨는 차량의 에어컨으로 커버가 되었고 빠르게 달리는 모닝 속으로 들어오는 바람 또한 시원하게 느껴졌다.

강화도로 연결되어 있는 다리를 지나 펜션에 도착하기까지 불어오는 해풍은 모닝의 에어컨 3단에 버금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펜션은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에 있었는데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과 같아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햇살을 머금은 나무집은 향그러웠으며 복층으로 되어있어 향긋한 느낌이 가중되는 듯했다.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숙소의 베란다 공간에 있었으며 환기 및 조명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고기를 구우면서 바라볼 창문 너머는 반짝이는 논과 그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오리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갯벌로 고기의 맛을 한층 더 높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4시 즈음에 숙소에 도착하여 바베큐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간식 겸으로 해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여기서 이번 여행의 감초와 같은 시간이 있었다. 바지락 칼국수 집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산을 하나 넘어야 했는데, 울창한 숲 속으로 나아가는 이것은 마치 센과 치히로의 가족이 이사하는 집으로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마주친 동굴로 가는 길과 같았다. 다행히 동굴은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바지락이 듬뿍 들어있는 칼국수집에 도착했다. 수타로 만든 쫄깃한 칼국수 면과 바지락으로 잘 우러나온 국물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배를 채우고 7시 반에 있을 바베큐를 할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 갈 곳을 물색하던 중 강화도의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생각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고인돌이 궁금했다. 여자친구에게 컨테이너만 한 고인돌을 보여주겠다고 다음 장소는 고인돌이다 라며 일단 액셀을 밟았다. 앞서 말했듯이 고인돌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보았다고 한다면 고등학교 때 받았던 국사책 인쇄지에 프린트되어있는 고인돌이 다일 것이다. 내가 소망하는 고인돌은 컨테이너 박스 만한 고인돌이었나 보다. 이후에 알았지만 여자친구는 고인돌의 크기를 알고 있었지만 커다란 고인돌을 상상하는 내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단다. 약 40분 뒤 현실을 직시한 나의 모습은 크리스마스날 양말 속에 선물을 넣고 있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과 다르지 않았다. 내 인생 첫 고인돌은 컨테이너 박스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유치원 때 느꼈던 순수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있는 작은 꼬마 시절로 잠시나마 보내주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충분했다.

 

 

곧 있을 바베큐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고인돌, 여자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바로 모닝 액셀을 밟았다. ‘고인돌이 컨테이너 박스만 하다며’ 라고 웃으며 놀리는 여자친구와 해 질 녘의 오후, 모닝으로 불어 들어오는 강화도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god의 노래 길, 삼위일체라는 표현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것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곧 바베큐 준비를 하고 강력한 숯에 타오를 듯한 얼굴에도 고기는 계속해서 구워나갔다. 소고기를 굽고, 먹고, 야채에 싸 먹고 또 굽기를 반복하며 배는 불러왔고 마무리는 한잔의 맥주. 시원한 거품으로 목젖을 적시며 바다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어둡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했다. 도심이 아닌 곳에서의 산책은 항상 어둡고 조용하지만 그만큼 순수해서 그 공간에서의 대화 또한 숨김이 없다. 진실을 얘기하고 속마음을 공유하는데 그만한 산책이 없을 것이다. 알콩달콩한 산책을 하면서 가로등에 비친 도로에 있는 달팽이들을 발견하고 다시 풀숲으로 던져주었다. 이 달팽이 저 달팽이 풀숲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잠깐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사람 둘을 발견하고 저 멀리 달아났다. 서울에서도 산책을 자주 하지만 그 산책들과는 다른 맛이다. 한마디로 자연의 품 속에서 힐링이 잘 된다.

다음날 숙소를 잘 정리하고 챙길 것들 잘 챙기고 여자친구도 챙겨서 아침 겸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쏘카의 반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부대찌개를 흡입 후 근처의 팥빙수집에서 팥빙수를 빠르게 먹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천천히 가고 싶었지만 서울로의 복귀는 조금만 늦어도 꽉꽉 막히기에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강화도 여행이었기에 미소를 머금고 god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갯벌 속의 자연도 만끽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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