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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멜랑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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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친 모두가 힘내기를 바랍니다.

 

 

그럴 때가 있다. 평소와 같은 하루의 시작인데 그날 따라 지구의 중력이 더 크게 작용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낌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며 애매한 표현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얼굴은 굳어 있고 웃을 이유는 없기에 웃지 않는다. 나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있을 텐데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현관문을 나서면 그날 하루는 찝찝함의 연속으로, 여름철 12시간 동안 밖에 있던 맥주를 마실 때처럼 트림 대신에 한숨이 나를 앞선다. 앞서 가는 한숨은 다음 한숨을 밀어주고 그다음 한숨을 밀어주며 나아가는데 만약 내가 우주의 무중력 공간에서 이러한 상황을 반복한다면 나는 계속 뒤로 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남은 한숨을 마저 쉰다.

 

평소대로 잘하고 있고 잘못된 것은 없으며 누구라도 나에게 뭐라고 말할 껀덕지는 없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들리는 소리가 있다.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면 그날 하루는 이미 다 지나간 것과 같다. 몸은 가려운데 가려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는 그런 상황으로 잘못하면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씩 찾아오는 상황의 빈도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하던 것을 멈추고 하늘을 보니 구름이 가득 끼었다. 뭔가 습하기도 하고 날씨도 꾸리꾸리 한데 TV 속 기상청 아나운서는 늦게 시작하는 장마의 기세가 매우 강하고 한동안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습하고 꾸리꾸리 한 날씨가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다시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지개를 쭉 켜어본다.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가끔씩 위와 같은 경험을 한다. 처음 경험했을 때가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황했던 기분만큼은 머릿속에 도장을 확실히 찍어두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우울증인가 싶어 우울증 관련 책과 문헌을 찾아보면서 우울증의 조건에 해당되는지 해당되지 않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던 그 시절, 나는 이 순간을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진 상태라고 하여 좀비상태라고 명명했다. 좀비상태는 말 그대로 뇌가 정지한 상태로 무기력의 최종판이다. 아무것도 계획할 수도 진행할 수도 그리고 실행에 옮길 수도 없으므로 당사자는 그 상태를 벗어나야 하지만 그 방법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 당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자극이었다. 대학교 동기와 함께 농구를 하고 땀을 흘리며 몸속의 산소를 완전히 갈고 나서 나는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왔다. 때로는 운동 대신에 친구와의 대화로 두세 번 크게 웃으면 좀비상태를 벗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비상태를 경험할 때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코로나로 나의 행동에 제약이 가해져 있고 일하고 퇴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찌 보면 좀비상태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카톡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한 잔 하며 나누는 대화가 주는 에너지만 못하다. 최근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 변종의 감염 확산세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하루에 1천 명을 넘기는 코로나의 기세에 나의 기세가 억눌린다. 거기에 기상청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장마 초입이라니, 말 다했다.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고 일상 속의 건전지를 갈 때가 되었다. 일단 가장 간단한 것으로 내 주변의 모습부터 바꿔보자는 결론을 냈고 방청소를 했다. 내 방에 세도 안 내고 눌러 지내는 먼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쓰레기들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청소와 더불어 익숙한 방의 물건 재배치를 통해 익숙함 속의 변화를 주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낯섦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낳았는데, 바로 평소에 하지 않던 글을 쓰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일기 쓰기 이후로 글을 쓴 적이 자소서와 과제 말고 자발적으로 쓴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잘 쓰건 못쓰건 글을 써서 나온 결과물을 공유하는 그 순간부터 세상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내가 쓴 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서로 공유하다 보면 글쓴이 여러 명과 대화를 하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글을 쓰고 공유하기 위해 내가 시도했던 것은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글을 쓰는 것에 있어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잘 표현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고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활동에 제약을 느끼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코로나 블루는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당장 나만 해도 내가 경험한 좀비상태는 일종의 코로나 블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다운이 되는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헬스장을 가거나 러닝을 하며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내쉬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편안함이 일족의 독이 되어 우리의 몸을 잠식하고 정신적으로 다운이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신체적으로 다운이 될 때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일단 운동을 통해 나의 일상에 자극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다. 그것이 나에겐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그 글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그 효과를 보고 있다. 키보드를 치면서 들리는 키보드의 리듬감이 내 심장의 리듬과 합주를 시작해 듣기 좋은 선율이 흘러나올 때면 그 선율이 나에겐 열이 날 때 복용하는 타이레놀과 다르지 않고 매일 아침 복용하는 멀티비타민 영양제와 다르지 않다.

 

2021년 7월 8일 현재,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 변종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하루 감염자 수가 천명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이대로 가면 2천 명까지도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뉴스에서 들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원래대로라면 거리두기를 완화하려는 시점에 발생한 일이라 체감상 더 답답하게 들려온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가두려 하지 말고 평소와 다른 자극원을 찾아야 한다. 내가 글쓰기를 새로운 자극원으로 찾아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과 같이 누군가는 나처럼 글쓰기가 될 수도 있겠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집 청소, 방청소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달리기와 같은 운동이 될 것인데, 이러한 자극원을 통해 코로나의 퍼지는 기세에 억눌리지 않고 코로나 블루 및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내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만약 지금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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